집에서 만들어 먹는 그릭요거트(feat.요거베리 요거트 메이커)

몇 개월 전부터 그릭요거트를 집에서 만들어 먹고 있다. 시중에 파는 그릭요거트가 훨씬 맛도 좋고 간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요거트를 만들어 먹기 위한 모든 도구와 재료 등을 결제한 뒤였다. 귀차니스트라는 사실을 까먹고 도전 정신을 앞세운 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는 부지런함을 쥐어짜 내어 그릭요거트를 만들어 먹는 이유는 바로...  ⬇️

 

그릭요거트의 마니아라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꾸덕꾸덕함이다. 그리고 이게 다 소비기한이 싹수없는 크림치즈를 그릭요거트로 대체한 탓이었다. 주 1회 베이글에 치즈크림 발라먹는 게 낙이었지만 걸핏하면 소비기한이 넘어가 치즈크림을 버리는 통에 대충 비슷한 질감의 그릭요거트로 바꾸었던 것. 하지만 시판되고 있는 그릭요거트는 어디까지나 요거트일 뿐 치즈크림을 대체할 만한 꾸덕함은 요원하기만 하더라. 

 

수많은 유튜브를 탐구한 결과 정통 수제방법의 그릭요거트가 꾸덕꾸덕해 보이기는 했는데... 문제는 온종일 발효시키고 면포에 넣어 쥐어짜 겨우 두부 한 모만큼을 얻는 용두사미 격 제조과정이었다.  귀차니스트에게는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 복잡다단함이랄까? 그렇게  먼 산만 바라보던 중 간편함과 꾸덕함 그 사이에서 적절하게 타협할 만한 방법을 발견했다. 

필요 재료와 도구

• 우유 🍼
  그저 조금 묽어진 우유를 애써 요거트일 거라고 자기 암시하며 먹고 싶지 않다면 우유는 백 프로 일반우유로 준비하자.  '저지방', '소화 잘되는' , '멸균'은 물론, 경험에 따르면 '유기농'이라는 미사여구가 붙은 제품까지 실패하더라. 내 경우에는 피코크의 에이클래스나 매일우유 오리지널을 사용한다.
  
  
• 요거트🧃
  액상 요거트만 가능하고 불가리스가 실패 없기로 입소문이 나있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바이오 요거트(플레인)를 주로 사용 중이지만 요거트 말고 유산균 스타터를 직접 넣어 믹싱하는 방법을 최근에 알게 되어 도전해 볼 생각이다. 매일 저질러 놓고 후회만 많은 도전정신도 도전정신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성비도 뛰어나고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실패도 별로 없다는 후문. 수제 요거트 제조방식조차 트렌드가 계속 바뀌는 걸 보면 역시 지구인들의 탐구 정신은 끝이 없다.
  
  
• 요거트 메이커 / 치즈 메이커🥛
  믹싱한 우유와 요거트를 발효시키는 데 필요하다. 전기밥솥과 면포에서 시작된 요거트 메이커의 현 대세는 전기 제품으로 보인다. 각종 후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엔 요거베리 요거트 메이커와 치즈 메이커를 사용 중이다. 대세와 달리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유청 분리가 용이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플라스틱 사용에 예민하다면 찝찝할 수도 있으니 취향껏 장만하도록 하자.

만드는 방법

우유와 요거트를 적절하게 믹싱해서 12시간 이상을 발효시키는 게 관건이다. 앞서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남긴 다른 탐구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니 발효의 성패여부는 우유와 요거트의 종류뿐만 아니라 계절의 영향까지 받는다고. 그렇다고 미리 쫄 필요는 없다. 제조 과정 자체는 싱거울 정도로 매우 간단하기 때문이다.

 

1) 유산균을 발효시킬 용도로 사용할 물을 팔팔 끓여놓는다. 

2) 물이 끓는 동안 우유와 요거트를 투명 병에 붓고 믹싱한다. 이때 머들러로 스텐류를 사용할 경우 유산균님이 저 세상 가신다고 하니 반드시 나무, 또는 유리 소재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한다. 아빠 쇠젓가락 🙅‍♂️ !!! 나무젓가락🙆‍♂️ !!!

3) 팔팔 끓인 물을 컨테이너에 그려진 눈금선에 맞추어 부은 다음 밀봉된 투명 병까지 넣는다. 컨테이너 뚜껑까지 모두 꼼꼼하게 닫은 후 12시간 이상을 못 본 척한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좀 더 길어도 좋다.)

4) 완성된 요거트를 치즈 메이커의 틀에 부어 넣고 냉장고에 보관해서 필요할 때마다 덜어 먹는다. 유청을 분리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통 24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분리된다. 분리된 유청은 따로 병에 담아 라씨를 만들거나 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수제 그릭요거트의 장단점

시판되는 그릭요거트보다 확실히 더 꾸덕꾸덕한 편이다. 맛은 전혀 다르지만 적어도 질감 면에서는 크림치즈에 훨씬 가까워졌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덜 나온다는 것과 소비기한이 가까워지면 초조해지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한 번 만들면 샐러드 소스로도 쓰고, 만사 귀찮을 때 시리얼도 말아먹고, 베이글이나 와플 스프레드로도 발라먹는 등 응용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아무리 간단하다고 해도 카드만 긁어도 되는 요거트를 사는 일보다 훨씬 귀찮은 건 사실이다. 우유값도 너무 올라 노동력과 시간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시판 요거트보다 가성비도 훨씬 떨어진다. 당근에 요거트 메이커가 유독 많이 올라오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입문 초기 불타올랐던 열정과 의욕이 짜게 식으면서 개인적으로도 만드는 횟수가 줄어든 것만 봐도 알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근행이나 창고행은 없을 듯하다.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고 문득문득 먹고 싶어지는 날이 찾아오더라. 경험상 다른 이들의 탐구 정신이 단점을 상쇄시킬 개선책을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도 있다. 벌써 다음 퀘스트도 정해두질 않았던가. 우유와 액상 요거트가 아닌 두유와 유산균의 조합으로 만들어 보는 것으로.

 

그러니까 지금 추가적으로 사야 하는 재료들이.... 끄응.... 다만 가성비는 확실히  아니다, 가성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