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에코팩토리 화장품, 비누원료 쇼핑기

이번 여름, 그렇지 않아도 예민하기 짝이 없는 피부님이 극대 노하는 날이 잦았다. "어? 너 지금 땀 흘린 거야?" 바로 습진으로 발끈하시고, "어? 너 지금 긁었니?" 곧장 아토피로 보복하시고, "해가 이렇게 뜨거운데 모자도 안 썼다고?" 그날 밤 홍조로 공격하셨다고 한다. 그나마 어르고 달래는 스킬이 매년 레벨업 중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화장품 원료 마켓인 에코팩토리다. 

 

시작은 혈육으로부터 선물 받은 수제 비누였다. 워낙 피부가 예민하다 보니 웬만한 지인의 선물이었다면 써볼 생각도 안 했겠지만 손솜씨 좋기로 신망 높은 혈육이라 여기서 더 망가지지는 않겠다 싶어 얻어 쓰길 몇 년여... 혈육도 바빠지면서  결국 직접 만들어보라며 추천받은 마켓이 바로 에코팩토리였다.

 

으으.... 만들어 보니 이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깨달았지만 어쩌랴? 피부님이 코드가 맞는다는데. 그리하여 이번에 주문한 에코팩토리 아이템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바오밥 비누 솝베이스(7,700원)

처음엔 의욕이 넘쳐서 CP비누에 도전했지만 지금은 MP비누도 간신히 만든다. CP비누는 가성소다+오일로 만드는 수제 비누로 공정이 굉장히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6주 간 숙성까지 시켜야 한다. 만약 누군가로부터 CP비누를 받았다면 자부심을 갖자. 그 사람이 당신을 굉장히 아낀다는 의미이니.💛

 

반면 CP비누는 (귀차니스트에게는 이것조차 버겁지만) 비누베이스를 녹여서, 첨가물을 넣은 후 굳히기만 하면 된다. 주로 진피 비누를 만드는데 진피 가루는 남은 게 있어서 비누 베이스만 주문했다.

다마스크 로즈젤(8,400원)

이번 여름에 특히 신세를 많이 진 제품이다. 아토피, 홍조 등으로 잔뜩 성난 피부를 진정시킬 때 두껍게 덧바르고 자고 일어나면 한결 나아진다.(깜쪽같이 사라진다 아님 주의) 시중 브랜드 중에도 같은 소재의 화장수와 젤이 있지만 확실히 에코팩토리 제품 쪽이 향도 진하고 진정효과도 높은 편이다. 장미꽃잎 124장을 써서 만든다는데... 진짜일까?   🙄

 

화장품 원료로 사용해서 에센스를 만들 수도 있지만 완제품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귀차니스트는 요만큼도 고민 없이 당연히 완제품으로 사용 중이다.

프리미엄 내추럴 에센스 베이스(10,900원)

일반적으로 화장품은 오일과 워터류로 로션(크림) 제형을 만들고 여기에 첨가물을 넣어 특화시키는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공정이 워낙 귀찮고 까다로워서 시행착오를 겪기 일쑤... 어느 날 에코팩토리가 베이스를 출시했더라. 제형은 이 베이스에 맡기고 첨가물만 준비하면 되는 것. 하지만 첨가물 넣는 것도 귀찮은 귀차니스트는 사용할 때마다 배합시킨다. 주로 에센스 베이스에 앰플류를 섞는 방식으로. 🙃

프리미엄 발효 콜라겐(11,600원)

토너 종류 만들 때 첨가물로 넣으려고 구매했다. 에코팩토리에서 베이스로 거진 다 만들어주는 크림, 에센스와는 달리 토너 종류는 직접 만들어 쓴다. 워터와 첨가물만 잘 계량해서 쉐킷쉐킷 잘 흔들어 주면 완성되기 때문이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건 콜라겐이라는데 후기들을 읽어보면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단다. 뭐... 화장품으로 크게 나아질 것 같은 피부라면 진즉에 나아졌겠지. 원래 펩타이드 종류를 사려다가 이 제품이 마침 세일 중이고 양도 많길래 장바구니에 담았다.

달팽이 앰플(7,450원)

이 제품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해서 에센스 등을 만들 수 있지만 완제품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달팽이 점액을 원료로 만든 앰플인데 출시했을 때보다 점점 배합량이 낮아지는 듯한 느낌적 느낌. 효과는 점점 미약해지는 반면 가격만 올라가길래 못 본 척하다가, 세일하길래 오랜만에 구매했다. 주로 에센스 베이스에 배합해서 사용한다.

보통 쇼핑하고 나면 신나야 하는데 에코팩토리에서 배송이 오면 한 때 화학 숙제를 잔뜩 받아 든 느낌이었다. 크림까지 직접 만들어야 했던 초기만 해도 제대로 배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일이 둥둥 떠다니고, 원료의 사용기한이 지나 쓰레기통 행이 되는 일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일거리를 많이 줄인 지금은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라'는 광고 카피가 무슨 뜻인지, 피부는 유수분의 밸런스가 관건임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뭘 발라도 피부에서 광나고 윤기가 도는 분들은 이쯤 해서 관심을 끄자. 늘 성난 피부님을 상전 받들 듯 모시고 사는 이들 중 굳이 화장품 원료와 공정 원리까지 궁금하다면 에코팩토리의 화장품 레시피부터 둘러볼만하다. 다만 당부하건대 무턱대고 사들이기보다는 해볼 만한 쉬운 레시피(토너, 미스트)부터 차근차근, 그리고 알뜰하게 도전해 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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