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사야겠냐고 과거의 나에게 묻는 워터픽 사용 후기

잇몸이 유리다.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을 거라고 치과를 무려‼️ 제 발로 찾아가 여러 번 스캔을 받았지만 아무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충치 치료에 수백만 원이 깨진 뒤로 양치에 치실에 비타민D까지 꼼꼼히 관리했으니 응당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의심이 많은 지구인은 분명 놓치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장비빨로 그 불안감을 잠재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

 

마침 팔로잉하는 인플루언서가 본인도 잇몸 취약자임을 고백하며 워터픽의 우수성을 알리는 후기를 올려 얇은 귀가 한번 펄럭했다. 때마침 쇼핑몰로부터 구강세척기 세일을 알리는 뉴스레터에 눈도 번쩍했다. 검색해 보니 설마 나만 안 쓰는 건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간증들이 워터픽의 뛰어남을 추앙 중이더라.

 

충동구매도 폴인러브처럼 온 우주가 밀어주는 것처럼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던 순간이 있질 않은가? 지금의 워터픽은 그렇게 타이밍이 쿵짝쿵짝 맞아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된 결과물이었다. 곱씹어 보니 뭔가 바이럴 마케팅에 손쉽게 공략당한 소비자 중 1인 같은...? 🤔

워터픽이란?

구강세정기다. 치과 치료를 받아봤으면 알겠지만 치료 중간중간 잇몸 여기저기 이물질들을 날려주는 강한 바람, 그 기계의 물버전을 연상하면 된다. 다시 생각해 봐도 장비 욕심이 틀림없다. 준 치과 장비를 장만한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져 구매 버튼을 눌렀겠지. 아마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도 또다시 구매버튼을 누를 듯.

 

내가 사용 중인 모델은 아쿠아픽의 휴대용 구강세정기 코드리스 AQ-220. 소형 가전 브랜드에서 카피캣 상품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지만 아쿠아픽이 원조격일 것이다.(아닐 수도 있음, 잘 모름.) 원조,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싶었는데 카피캣 상품을 디자인만 보고 샀다가 A/S 보장기간 끝나자마자 고장 나는 일을 서너 번 겪은 후 고려 비중이 좀 높아졌다.

일 년 전 39,900원에 샀는데 지금 들어가서 보니 55,000원에 파네? 헤헤... 왠지 돈 번 느낌이 드는 걸 보니 확실히 손쉽게 공략당하는 소비자가 맞긴 맞나 보다. 🤪

워터픽의 사용방법과 효과

양치 후 워터픽을 치아와 치아 사이에 쏘아주면 된다. 치아 대신 벽에 난사하는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비로소 요령도 생기고 익숙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쳐 양치할 때마다 워터픽으로 마무리를 했지만 시들해지면서 횟수도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자기 전 양치할 때만 한 번, 그것도 양치 후 가글 삼아 겨우 겨우 한다. 

기능은 일반적인 세정모드인 '노멀', 부드러운 세정모드인 '소프트', 잇몸마사지 전용 모드인 '펄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 사용할 때 굉장히 아프다는 간증글에 잔뜩 겁을 먹었는데 전혀! 내 잇몸이 생각보다 강했거나, 워터픽이 기대보다 약했거나, 둘 중 하나일 터. '소프트'나 '펄스' 모두 성에 안 차서 '노멀'만 사용 중이다. 

 

워터픽의 가장 큰 효과로는 치주질환의 완화와 예방을 꼽는다. '물치실'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치아와 치아 사이의 이물질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잇몸 마사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사실 가장 기대가 컸고, 그래서 서슴없이 구매 버튼을 누른 바잉포인트였는데... 음. 아. 오. 음. 아. 오. 🥴 

워터픽의 단점과 장점

워터픽을 하더라도 반드시 치실을 따로 해주어야만 한다. 치실을 꼼꼼히 해준다면 굳이 워터픽을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워터픽을 사용하더라도 치실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 이 점이 바로 구매 버튼을 누르려는 과거의 나를 뜯어말리고 싶은 점... 그냥 치실을 더 꼼꼼히 해주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뒤늦게 드는 거지.

 

아래처럼 물통과 본체가 분리되고 세정제 2알과 노즐 여분도 따로 제공된다. 세정제까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칫솔 교체주기에 맞춰 치약을 묻혀 문질 문질하는 편. 세척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귀찮지 않은 건 아니다. 시시각각 물때가 쌓이는 걸 못 본 척하기 어려워 마지못해 팔을 걷어붙이게 되는 점도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치주염의 완화 효과는 어느 정도 있다. 치주염을 앓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 씹었을 때 느낌적으로 우지끈🔊 하는 심리적 효과음과 함께 잇몸이 한동안 욱신거리는 듯한 통증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예전보다 그 우지끈하는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하루종일 욱신거렸던 통증이 회복하는 속도가 한 시간 이내로 빨라진 것도 같다. 다만 그게 온전히 워터픽의 영향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치주질환의 이유가 워낙 다양한 터라 워터픽도 일부 도움이 되었겠지만 워터픽만의 영향만은 아닐 것 같아서다. (응?) 그런 점에서 워터픽의 진정한 효과는 어쩌면 이 워터픽이 고장 나서 버리게 된 후에야 알게 될지도 모를 일. 마치 숱하게 끊었다가 결국 다시 복용하는 영양제가 그랬듯 말이다. 

 

지금 사용 중인 워터픽이 내게는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 단순히 남들이 쓰는 게 좋아 보여서 장만하고 싶다면 차라리 그 돈과 의욕, 시간으로 치실을 더 꼼꼼히 하자. 하지만 꼼꼼히 관리하는데도 치주염이 너무 심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면?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질러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