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어르신 보청기 맞춘 후기

최근에 우리 집 어르신이 보청기를 맞췄다. 가격이 어마어마하더라. 더불어 놀랐던 건 이런 고관여 제품군이 내돈내산 후기는 턱없이 부족하고  업체들 광고밖에 없어서 궁금증을 풀어줄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 정보를 구하는 연령층도, 구매후기를 남기는 연령층도 인터넷과 친숙하지 않은 고연령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대신해서 써본다. 보청기 맞춘 후기.  👴👵

 

청력이 중요한 이유는 인지능력과 관련이 있어서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 청력이 퇴화하면 감각 기능도 떨어지고 외부의 자극에 둔해지다 보니 혼자만의 세상에 고립되는 것. 노화가 가속화되고 치매로까지 이어지기 십상이라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보청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보청기 업체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우리 집 어르신은 젊었을 때부터 오른쪽 귀의 청력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불균형이 점점 심해져서 왼쪽 귀의 청력 또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 하루빨리 밸런스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논리가 너무나 그럴듯해서 매우 쉽게 설득당했다. 😱

 

문제는 초심자들이 보청기에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 인터넷에 후기가 별로 없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기껏 비싼 돈 주고 맞춰드렸는데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서랍에 고이 모셔둔 어르신들이 그렇게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전략 방향을 잡았다. 인터넷 광클과 발품을 미친 듯이 팔아서 딱 맞는 보청기를 맞추는 걸로.  

보청기 맞출 때 주의해야 할 점

보청기 브랜드나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를 검색하다 보면  브랜드와 상품모델만 해도 너무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서 뭔가 뭔지 하나도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몇 가지 얻은 정보 중 하나는 블로그에 올려진 가격은 표시 가격일 뿐, 실제 구매상담하는 과정에서 할인이 적용된 판매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보통 진료받던 이비인후과에서 소개받아 영업사원 등에게 보청기를 맞추는데 수수료 등이 붙어서 비쌀 뿐만 아니라 A/S 등도 복잡해지니 가급적 피하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집에서 가까운 센터를 뒤지기 시작했는데 센터도 두 가지 유형이 있더라. 아예 브랜드 명을 간판 걸고 해당 브랜드만 취급하는 센터와 다양한 보청기 브랜드를 동시에 취급하고 있는 (마치 용산 전자상가와 같은) 보청기 브랜드 밀집 상가가. 

 

여러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일 것 같아 밀집 상가가 당연히 일 순위였다. 하지만 말이 나오자마자 성격 급하신 어르신이 선수 치시고 직접 다녀오시는 바람에 가보지는 못했고 전화 상담만 했는데 오히려 일이 한결 쉬워져 해피했다. 청력 테스트 결과와 적당한 보청기 실구매 가격선을 파악하게 되면서 구체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청각사의 청력 테스트 및 상품 모델 추천

인터넷 카페들을 중심으로 샅샅이 뒤져 봤더니 어르신이 테스트했던 보청기가 그 연령대와 성별에서 주로 선호하는 브랜드라는 평판이 눈에 띄었다. 마침 가까운 곳에 해당 브랜드 센터가 있길래 상담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상담은 센터에서 근무하는 청각사들이 청력 테스트를 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체크해서 상품 모델을 추천해 주는 프로세스로 진행되었다. 그 수많은 종류의 보청기가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싶었는데 사회생활을 얼마나 활발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기능을 달리 하나 보더라. 가령 소음이 많은 곳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과 정적인 곳에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의 소음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 보청기의 성능과 기능들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 집 어르신은 후자라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평균 성능 정도의 모델을 선택했다. 테스트 결과 오른쪽 귀에만 보청기를 착용하면 될 것 같다는 소견에 일단 한쪽만 맞추기로 결정, 가격 부담도 훌쩍 줄어들었다. 

 

디자인도 이때 고른다. 가기 전에는 가급적이면 눈에 띄지 않는 귓속형 중심으로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귀걸이형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어차피 머리카락과 귓바퀴에 감춰지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움직일 때 안정적으로 느껴진다고. 운동할 때 블루투스 이어폰을 자주 떨어뜨리는 경험자로서 무슨 느낌인지 알죠, 알다마다! 👌   

사용 교육 및 보청기 세팅 커스터마이징

주문하자마자 하루, 이틀 만에 보청기를 받았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요즘 보청기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어서 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교육받아야 하더라. 교육 말고도 약 한 달여를 사용한 후에는 또다시 센터에 가서 커스터마이징 과정을 거친다. 스마트폰 앱에 축적된 보청기 사용 데이터와 사용자 의견을 분석해서  센터에 있는 세팅 프로그램으로 보청기의 기능 설정을 미세하게 바꾸는 것.

 

근데 어르신 말씀으로는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물소리가 유독 시끄럽게 느껴진다고 말했지만 커스터마이징 후에도 똑같다고 언짢아하셨다. 😡 

보청기 정부지원금???

보청기 가격에 깜짝 놀랐을 때만 해도  업체들이 광고해대는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컸었다. 근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부지원금을 받으려면 장애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6개월 이상(9개월?)을 병원 진료를 받으며 청각 장애를 진단받아야 할뿐더러 서류를 만들어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탈락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진단비도 보험이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그동안의 병원비와 병원, 관공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또이또이다.

 

애초에 정부지원금은 고려하지 말고 예산계획을 세우되, 청각사와 상담은 해보는 게 좋겠다. 아무래도 축적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 여부를 현실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서류 준비하는 게 청각사 입장에서도 꽤 귀찮은 일인지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복수의 센터에 발품을 팔아야 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 복잡다단한 과정을 지켜본 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크게 듣던 습관을 내다 버렸다. 건강할 때 지켜야지, 자만할 게 아니라는 생각에서.  물론 요즘 보청기가 디자인이나 기능이나 블루투스 이어폰 낀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해지긴 했지만 하루종일 이어폰을 끼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얼마나 갑갑한가? 그리고 이어폰에 비할 바 없이 비싸도 너어무 비.싸.다.

그리하여 이 포스팅의 최종 결론은? 청력 건강! 있을 때 지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