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용 로봇청소기 1년 사용기(브라바 380t)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 여름날 아침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물걸레질을 하다가 현타가 왔다. 코딱지만 한 자취방, 그 거 몇 번 걸레로 문질렀을 뿐인데 비처럼 쏟아지던 땀 때문에. 이렇게 지내다간 청소할 때마다 우울증에 걸리겠다는 염려에 그날부터 로봇 청소기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조건은 딱 두 가지! 물걸레 청소포를 사용할 수 있을 것과 성능보다는 가성비가 우선.

 

며칠 간의 불타는 검색을 통해 최종 후보에 오른 모델이 바로 아이로봇의 브라바와 에브리봇 물걸레 청소기였다. 당시 자취생들 사이에서 후기가 훨씬 좋았던 쪽은 에브리봇이라 구매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까지 고민했는데 결정적으로 물걸레 청소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브라바를 선택했다. 걸레 빠는 건 걸레질보다 더 잼병이라구욧! 😑

 

무지성의 성실한 밀대

그렇게 시작된 로봇이모님의 수발은 현재까지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애당초 로봇 이모님께 모든 청소 책무를 부여할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최신 모델들은 따로 손대지 않아도 될 만큼 청소 실력이 기똥차다는 후기들이 그때도 많았지만 내가 원한 건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난 후 물걸레 밀대만 돌려줄 이모님이었다. 자취방이 크면 뭐 얼마나 크다고 로청까지 구매해야 하나 싶어 반신반의했고,  로청의 기술력이 어디까지인지도 확신이 없었던 터라 기대감도 낮았다.

 

딱 그만큼만 적중했다. 밀대형 로청이라 청소포를 끼워주고 버튼을 누르면 바닥을 쓱쓱 밀고 나가기만 한다. 요즘 로청들은 똑똑해서 청소맵을 설계해서 체계적으로 청소를 한다던데, 이 이모님은 아묻따 그런 거 모른다. 큐브와 송수신을 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만 넘지 않는 정도로만 설계되어 있으시다. 그래서 가끔 보면 청소한 데만 또 청소하고 있어서 이제 그만 다른 곳도 닦으시라고 손수 옮겨주어야만 한다.

 

그  단순무식함이 다행히 내 청소 코드에는 잘 맞았다. 귀찮게 비워줄 먼지통도 없고, 풀어내야 할 머리카락 뭉치도 없다. 그냥 충전만 잘해주고 청소포만 잘 끼워주면 된다. 심지어 있는 기능도 다 안 써서 부수적인 부속품들은 배송 오자마자 서랍으로 직행했다. 마른 걸레질과 물 걸레질 모드가 있지만 주야장천 사용하는 건 물걸레질 하나다. 주기적으로 진공청소기도 돌리고 일주일에 두 번은 물걸레 밀대로 뒤집어엎기 때문에 로청은 오늘도 청소를 했다는 마음의 안식만 안겨주면 그만이다. 👀

청소포와의 높은 호환성

가장 만족스러운 건 시중에 나온 청소포와의 호환성이다. 거치대 크기가 작아서 웬만한 청소포 사이즈가 거진 맞을 텐데, 밀대라는 특성상 청소포 두께까지 고려하면 노브랜드 물걸레청소포 중형 사이즈가 맞춤 재단한 듯 딱이다. ✂  걸레가 그다지 더럽지 않다면 물걸레로 앞 면을, 다음 날 마른걸레로 뒷 면을, 다회 사용도 가능하다. (응?) 단, 충전할 때 물걸레를 끼어놓으면 안 된다고 하니, 거치대는 꼭 빼놓도록 하자.

근데 배터리는 왜 이렇게 빨리 닳을까?

굳이 자취방용 로청이라고 했던 이유다. 배터리 용량이 20평 내외, 투룸 정도의 자취방에 딱 알맞을 만큼이다. 그나마 본체는 충전해 주면 그만인데, 내비게이션 큐브에도 1.5V 건전지가 2개나 들어가서 때 되면 구매해서 교체해주어야 한다. 구매하기 전 읽었던 리뷰에서도 배터리를 단점으로 꼽은 이야기가 많더라.

 

일 년 전(20만 원 대 초반)보다 최근에 많이 오른 가격도 부담스러울 듯싶다. 이 가격에 굳이? 전자제품은 부품 가격에 따라 판매가 등락이 크니 나라면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가격 내릴 때를 기다려보겠다. 😁

 

한참 정보들을 검색하고 다닐 때 기껏 로청을 사놓고 창고행, 당근행이 되었다는 후기들이 가장 마음에 걸렸었다. 가족에게 로청을 선물했다가 대차게 까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후기들이 결코 남 일만은 아니었다. 청결에 진심이라면 로청으로 결코 만족할 수 없는 빈틈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이 후기는 어디까지나 '내 눈에 띄는 먼지 정도만 없어도 평화로울지다'와 같이 게으름의 미학에 공감하시는 분들을 위한 것. 참고하시길 당부하고자 한다.